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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럼

[R.I.P 스티브 잡스] 세상에 존재하는 세 부류

따라가는 자
세상은 '무어의 법칙'처럼 그렇게 빠르게 발전하지 않는다. 단지 숫자만 올라갈 뿐 진정한 변화는 그리 빨리 찾아오지 않는다. 경쟁이란 선구자를 따라가려는 나머지 무리에 의해 생겨난다. IT바닥에서는 삼성이나 마이크로소프트를 예로 들 수 있다. 저들은 그냥 공장일 뿐이다. 찍어내기 바쁜 기업이고 공장이다. 그리고 이들이 지배하는 시장이 얼마나 참혹한지는 모두가 겪었으리라. 불과 수년 전 인터넷 익스플로러 6를 기억하는가? 웹 브라우저 시장에는 선구자가 없었고 독점적 위치를 차지한 그 웹 브라우저는 승리와 동시에 - 개발팀이 해체되었다. - 자멸했다. 이로 인해 파생된 문제는 지금까지도 골치가 아프다. 선구자가 없는 통신시장은 어떠한가? 통신사와 제조사의 공굴리기에 사람들은 지갑만 털렸다. 이들은 생각할 능력이 없다. 자본으로 뭉친 거대한 비곗덩어리일 뿐이다. 저들 회사가 정말 진정 뭔가를 창조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중재하는 자
파이어폭스를 만드는 모질라 재단의 한 중역은 "우리의 목표는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얻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3~40%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자본 기업은 이런 말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비영리 재단이기에 가능하다. 그렇다면 저들의 의도는 무엇일까? 모질라 재단은 인간의 이익 추구를 가치로 삼고 있다. 차가운 현대인들에게는 만화 속 장난 같은 말로 들리겠지만 모질라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잠식한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그들이 해낸 성과가 이를 대변한다. 독점의 시대를 종식시키고 현재는 훌륭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자본 기업들의 피 튀기는 전쟁에서 돈 없는 이들이 혁신의 중간 바퀴가 되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뇌가 없는 자본 기업은 시장에서 1위가 되는 - 경쟁자들이 사라지는 순간 - 현실에 안주한다. 혁신이 멈추는 것이다. 모질라가 존재하는 한 이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돈이 전부인 세상에서 돈 없는 자들이 더 큰 일을 하고 있다.

이끄는 자
개인적인 이야기다. 애플을 알고부터 항상 그들에게 크던 작던 영감을 받아왔다. 조금씩 삶에 스며들면서 '왜'와 '어떻게'에 대한 화두를 던저왔다. 아무리 사소한 것에도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었다. 단순한 기계 덩어리 이상의 의미로 말이다. '따라가는 자'와 '중재하는 자'는 다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들을 이끄는 '선도자'에서는 다수를 발견할 수 없었다. 애플이 그러하다. 시작부터 현재까지 의미와 철학을 바탕으로 움직였고 시장을 선도했다.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진정한 구루이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미국의 교회가 스티브 잡스의 장례식때 시위를 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애플이 친동성애 기업이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그 글을 올린 이는 아이폰을 사용해 글을 올렸다. 나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여러 대기업 중 하나, 여러 잘나신 기업가들 중 하나로 보지 않는다. 창의와 혁신으로 세상을 이끌었고 경쟁에 불을 붙였으며 진짜 인간에게 참다운 결과물을 만들었다. 농담이 아니라 Windows와 안드로이드는 애플이 만든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서, 또 개인적인 존경심에 의해서 글을 쓴다. 매년 새벽을 행복하게 해준 스티브 잡스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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